20년 가까이 미국 공화당 상원 1인자로 군림해 온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2기 행정부 인선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치적 앙숙'이나 다름없던 그는 최근 미 역사상 최장수 상원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새해 초 본격화할 '인준 전쟁'에 참전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키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내각 윤곽이 드러나면서 내년 1월 개원을 앞둔 새 연방의회에서 진행될 상원 인준 과정에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더힐은 매코널의 역할에 주목했다. 7선 상원의원인 매코널은 2007년부터 공화당 원내대표를 맡아 온 미 의회 역사상 ‘최장수 원내 사령탑’ 기록 보유자다. 그는 지난 3월 일찌감치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던 트럼프와의 불화, 이에 따른 퇴진 압박, 고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이유였다. 이에 공화당은 지난 13일 사우스다코타를 지역구로 둔 4선의 존 슌 의원을 새 상원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슌 의원은 2021년부터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원내 수석 부대표를 맡아왔다.
하지만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해도 매코널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공화당은 맷 게이츠 법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 자질 논란으로 현재 당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는 후보자 인준에 매코널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 82세인 매코널은 2027년 1월 상원의원 임기를 마친 뒤 정계를 은퇴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은 만큼 "잃을 게 없는 매코널이 뚝심대로 (반대 의견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명한 내각 인사들이 내년 1월 2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집무를 시작하기 위해선 내년 초 진행될 상원 청문회를 이른 시일 내에 통과해야 한다. 지난 5일 대선과 동시에 치른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다수당(53석)이 됐다. 이에 공화당이 힘을 모으면 지명자 인준도 무난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반란표가 생기면 트럼프 당선자의 인사 구상은 시작부터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 평소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매코널 대표가 인준 과정에 어깃장을 놓을 여지는 충분하다. 매코널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불복과 이듬해 1월 6일 트럼프 극성 지지자들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초 트럼프와 그를 따르는 상원의원들의 반대에도 60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AP통신 기자 마이클 태킷이 쓴 매코널의 전기 '권력의 대가'에 따르면 그는 과거 트럼프를 "멍청하고, 난폭하며, 성질이 고약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물론 매코널이 자신과 공화당 상원을 함께 이끌어 온 새 원내대표 슌 의원 입장을 감안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다 할 반기를 들지 않고 당 여론을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힐은 "매코널 대표는 자신의 영향력으로 공화당 새 수장의 앞길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