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대표축제인 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 폐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이는 폐지로 결정된 오름 불놓기를 다시 되살리는 내용의 주민청구 조례가 제주도의회를 통과했지만, 이번엔 제주도가 해당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18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들불축제 지원 조례)에 대해 도가 재의 요구를 했다. 이 사유는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한 산림보호법 위반, 축제 명칭·시기·장소를 강제한 데 따른 도지사 권한 침해, 공익 저해 등을 제시했다. 산림보호법은 누구나 산림 및 산림 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축제 육성 조례는 지역 축제의 명칭과 개최 시기, 장소 등을 축제육성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들불축제 조례의 경우 명칭과 시기, 장소를 강제하고 있어 도지사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다.
도의 재의 요구로 도의회는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표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69조에 따라 도의회는 앞으로 열리는 총 10차례 본회의 중 1차례에 해당 조례안을 상정해 다시 표결해야 한다. 재의 요구에 따른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표결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조례안은 확정되고,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해당 조례안은 폐기된다. 다만 지자체장은 도의회의 조례안 재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재의결된 날에서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오름 불놓기는 제주도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30만㎡를 태우는 행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해안 산불 여파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존폐 논란이 이어져왔다. 산불 위험과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주시는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결국 오름 불놓기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는 오름에 직접 불을 놓는 방식 대신 빛과 조명 등을 이용해 축제의 의미인 불을 형상화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시의 결정에 반발해 오름 불놓기를 되살리기 위해 주민 조례를 발의했고, 도의회도 이를 받아들였다. 리 조례는 오름 불놓기는 유지하되, 도지사가 산불경보 발령, 기상 악화 등 사정을 감안해 상황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