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갈아엎는 수준의 워싱턴 제도 정치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연방 의회를 무력화해 자신에게 복종할 인물을 정부 요직에 보내고 그들을 활용해 권력 집단이 된 관료 조직을 해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워싱턴 파괴 실험'은 결국 사적 복수나 사익 추구가 진짜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 속도전이 성공할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 간 권력 균형 구도가 깨지고 충성스러운 그의 대리인들에 의해 정부 핵심 부처들이 붕괴할지 모른다고 1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크게 두 단계를 거치는 수순이다. NYT에 따르면 첫 단계는 ‘휴회 임명’ 관철이다. 휴회 임명은 의회가 휴회 중일 때 의회 인준 없이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이다. 트럼프는 이 권한을 공직자 임명 동의라는 상원의 헌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게 NYT 지적이다.
압박 대상은 상원 다수당이 될 차기 여당 공화당이다. 트럼프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즉각 (정부) 자리를 채워야 한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되려면 ‘휴회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대통령의 뜻이라도 의회가 자기 권한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NYT는 짚었다. 실제 저항 기류도 존재한다. 미국 NBC방송은 근 3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 인준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 저항 지속 여부에 회의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보복 가능성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저항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성파’ 임명이 이뤄진다면 다음 수순은 트럼프가 ‘딥 스테이트’(막후 비밀 실세 집단)라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내 온 연방 관료 조직 손보기다. 공화당마저 꺼림칙해하는 맷 게이츠·피트 헤그세스 법무·국방장관 지명자의 임명을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것은 2020년 재선 실패 뒤 자신을 수사하거나 배신한 법무·국방부 두 부처의 관료들을 숙청하는 데 전문성과 도덕성이 별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의 파격 인사에는 이런 보복 욕망뿐 아니라 자신과 측근의 이익을 챙기려는 욕심이 섞여 있다는 의심도 없지 않다. NYT는 “트럼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성부’ 수장으로 지명해 정부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버는 억만장자에게 연방정부에 가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넘겨줬다"며 "게이츠에게 이목이 쏠린 사이 자기 개인 변호사 3명을 법무부 요직에 앉혀 4년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걱정을 덜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트럼프에게 저래도 될 정도로 강력한 제도 파괴 권력이 위임됐느냐다. NYT에 따르면 개표가 더뎠던 민주당 강세 지역 캘리포니아주(州) 집계까지 반영하고 나니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전국 득표율 격차가 선거 직후보다 크게 줄어든 1.8%포인트에 불과했다. 압승이 아니라 신승이었던 셈이다. NYT는 “실제보다 인기가 더 많은 양 행동하는 게 트럼프의 특출한 능력”이라고 비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