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덤보(DUMBO)’는 이스트강 너머의 맨해튼 마천루 풍경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의 별칭이다.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머리글자를 딴 덤보는 지척의 철재 교량 맨해튼 다리와 석조 브루클린 다리를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사진 명소로, 멋진 산책로와 놀이시설 등이 조성된 브루클린 브리지파크로도 인기를 끈다. 옛 창고들을 개조해 들어선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이 밀집해 있고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도 유명하다.
브루클린은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맨해튼과 대비되는 뉴욕 슬럼가 중 한 곳이었다. 가난한 남부 흑인들과 19세기 이래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이민자들이 처음 터를 잡는 곳이기도 했다. 현재 맨해튼을 잇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앞서 1883년 개통된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수많은 노동자가 맨해튼의 일터로 혹은 헐한 땅값 덕에 창고들이 밀집해 있던 오늘의 덤보로 출근했다.
그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은 강 너머에 있었다. 창고의 물건들처럼 강을 건너지 못한 이들이 주로 모이던 곳이 덤보였다. 이제 브루클린은 쿤데라식 농담 같은 ‘dumbo(멍청이)’란 별칭에도 개의치 않는 곳이 됐다.
그렇듯 다리는 이음-섞임-확장의 매개물로써 실재와 상징 세계를 아우르는 힘을 지닌다. ‘건널 수 없는 다리’ 같은 아득한 단절과 상실의 클리셰 역시, 저 상징의 힘을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조선시대 한양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또 서울특별시로 경계를 확장할 때마다 행정 당국이 맨 먼저 한 일도 한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1849년 11월 21일 개통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Szechenyi Chain Bridge)는 다리가 지닌 이음과 섞임-확장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