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신형 장거리레이더가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2026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방위사업청은 신형 장거리레이더 연구개발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장거리레이더 연구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10개국이 채 안 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정도가 자체적으로 장거리레이더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거리레이더는 일반적으로 탐지거리 300㎞ 이상이다. 하지만 파장이 긴 만큼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신형 장거리레이더는 탐지거리와 확률, 정확도 등 전체적인 성능이 기존보다 20% 정도 향상됐다"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가장 외곽을 기준으로 탐지 확률 80%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왔는데, 신형 장거리레이더는 시험평가에서 100% 탐지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KADIZ 서남단 끝까지의 거리는 450㎞에 달한다.
기술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LIG넥스원이 개발을 시작했으나, 2014년 운용시험평가에서 일부 항목이 기준치에 미달해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결국 감사원 감사에서 시험평가 조작 사실이 드러나며 2017년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수명연한을 10년 이상 넘긴 노후한 장거리레이더를 교체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방사청은 2021년 2월 LIG넥스원과 다시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설계와 시제품 제작, 1년 반에 걸친 시험평가를 거쳐 마침내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2011년 첫 개발 시작부터 따지면 1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방사청은 "실제 작전환경과 동일하게 레이더를 설치해 혹한기와 혹서기 성능시험, 핵심부품 수명시험, 전자기 시험, 수십 회에 걸친 비행시험, 미국 국방기관의 피아식별 인증시험 등에서 군이 요구한 평가 항목의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으로 대형 안테나 설계제작과 방열 기술, 한반도의 운용환경에 적합한 빔 템플릿(신호 집중) 운용 및 최적화 기술, 특정 주파수 대역 GaN(질화갈륨) 소자 기반 반도체 송수신모듈 개발 등 다양한 독자 기술을 확보, 선진 레이더 기술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윤창문 방사청 감시전자사업부장은 "이번 장거리레이더 개발 성공은 우리 군의 방공작전 전력 향상은 물론, 함정·항공기·유도무기의 핵심 성능을 담당하는 국내 레이더 기술의 도약을 의미한다"며 "장거리레이더가 K방산의 성공을 이어나갈 또 하나의 무기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