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만 엔의 벽' 갈등, 공명당은 '차별화' 움직임… 日 이시바 연정 '첩첩산중'

입력
2024.11.18 05:30
일본 지자체 "103만 엔의 벽 무책임"
다마키, 지자체 움직임에 "정치 공작"
연정 파트너 공명당은 "중도로 회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아군'에 해당하는 공명당·국민민주당 간 관계에 벌써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다. 국민민주당과는 연대의 핵심인 이른바 '103만 엔(약 931만 원)의 벽 해소'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고,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11일 총리로 재선출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정권 운영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103만 엔의 벽' 개선 논의와 관련, 세수 감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03만 엔의 벽은 일본에서 '소득세 부과 기준'으로 불린다. 연 소득이 103만 엔을 넘으면 세금을 물리고, 부양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부과 기준이 너무 낮은 탓에 주부나 학생들이 이 기준을 넘지 않으려 근로 시간을 스스로 제한했고, 그 결과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가 됐다.

국민민주당은 10·27 총선에서 '국민의 실수령액을 올리겠다'며 소득세 부과 기준을 178만 엔(약 1,609만 원)으로 올리자고 공약했다. 자민당의 중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한 이시바 총리는 국민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부분 연대'를 제안하며 103만 엔의 벽 해소 논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국민민주당 주장을 반영하면 세수가 8조 엔(약 72조3,0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집권 자민당과 지자체에선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구로이와 유우지 가나가와현 지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세수가 10% 정도 준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도 "세수 감소로 행정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민주당은 즉각 "정치 공작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마키 유이치로 당대표는 지난 13일 TV프로그램에 출연, 지자체의 잇단 비판을 두고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장관이 지사들을 움직였다"고 성토했다.

이시바 총리의 심중에 싹튼 또 다른 '불안의 싹'도 있다. 1999년부터 자민당과 연립정권 파트너 관계였던 공명당이 창당 60주년을 맞아 '차별화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장관인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신임 대표는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바 총리에게 '핵무기금지조약(TPNW) 옵서버' 참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공명당의 '중도 노선 회귀'도 선언했다.

공명당의 이 같은 노선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24석)가 8석 줄어든 데 따른 당내 위기감 확산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안보 노선이 다른데도 자민당 안보 정책에 동조하며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한 영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명당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국민민주당의 힘을 빌려 그동안 펼치지 못한 정책들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