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4명 중 1명은 명세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저소득층 등 노동약자일수록 임금명세서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3.8%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기본급과 수당, 각종 공제 내역이 기재되는 임금명세서는 노동자 월급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 자료다. 근로기준법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정부는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한 사용자에게 14일간 개선지도를 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이번 조사에선 사업장 규모나 고용 안정성에 따른 임금명세서 교부율 양극화가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55.7%), 비정규직(46.0%), 비사무직(39.2%), 월 급여 150만 원 미만(59.5%) 근로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13.1%), 정규직(9.0%), 사무직(8.4%), 월 급여 500만 원 이상(4.2%) 근로자보다 명세서를 받지 못한 비율이 높았다. 명세서 내역이 근무 내용과 전혀 다르거나 노동자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명세서가 전달된 사례도 조사됐다.
정부가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고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근로감독관이 '나중에라도 한 번에 받았으니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증언이 있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가 시작된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 8월까지 의무 불이행이 확인된 사안 가운데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홍석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한 노동자는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진정을 제기하더라도 체불금액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집중적인 관리 감독과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엄격한 과태료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