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조작'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 항소심도 무죄

입력
2024.11.17 16:15
"의심스럽지만 직접 증거는 없어"
금품수수·필로폰 투약 혐의는 유죄

멀쩡한 사람을 마약류를 몰래 밀반입한 밀수 사범으로 몰아넣은 혐의(무고)로 기소된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다만 국정원 직원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내고, 마약류를 수차례 투약한 혐의에 대해선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사기, 변호사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지난달 29일 검찰과 A씨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은 향정과 사기, 변호사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인 A씨는 '국정원 부장' 행세를 하며 피해자 3명으로부터 6,6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판사를 구슬려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일대에서 여러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A씨에게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실적이 될 정보를 달라"는 국정원 직원의 요청을 받은 그가 마약 판매상을 통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두 명의 직장으로 마약류를 보내게 한 뒤, 경찰과 세관에 거짓 첩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밀수 혐의로 체포된 두 명은 이후 불기소 처분되거나, 기소가 취소됐다.

1심에선 A씨가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필로폰 투약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그가 마약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의심되는 점이 있긴 하다"면서도 "A씨가 필로폰을 밀반입했다는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고, 간접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이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던 점을 범행 동기로 주장하나,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 마약 수입 내지 무고를 저지를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A씨가 입수한 첩보의 신빙성은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와 친분을 내세우면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범죄사실로 구속돼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1심과 같은 선고형을 유지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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