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이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 완주를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다양한 실외 환경에서 보행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17일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와 로봇기업 라이온로보틱스 연구진이 함께 제작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2'가 이날 오전 경북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4시간 19분 52초 만에 전체 코스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 코스는 고도 50m 수준의 언덕이 2회(14, 28km 지점) 반복되는 길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도 난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부분별 설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적용까지 라이보2의 모든 영역을 자체 개발해 4족 보행 로봇이 실제 난코스에서도 사람들과 함께 안전하게 4시간 이상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4족 보행 로봇은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에 비해 주행 거리와 운용 시간이 짧아 활용에 한계가 있다. 배터리를 포함한 몸통의 무게를 버티느라, 지면에 불연속적으로 계속 접촉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양한 센서를 사용해 에너지 손실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찾아냈고, 각 요소별로 손실되는 양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그리고 부분별로 줄어드는 에너지가 주행 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행의 성능과 효율을 모두 높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이를 라이보2에 적용했다. 이렇게 개발된 라이보2는 대회 출전 전 교내 운동장에서 한 번 충전으로 마라톤 코스 전체 길이와 비슷한 43km를 연속으로 보행하는테스트를 마쳤다.
라이보2의 이전 버전인 '라이보'는 지난 9월 충남 금산군에서 열린 금산 인삼축제 마라톤 대회에 도전했으나, 37km 지점에서 방전돼 완주에 실패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달리는 환경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해 예상보다 일찍 배터리가 소진된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모터 구동기의 제어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 용량을 늘렸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에너지를 높은 효율로 충전함으로써 경사진 언덕을 오르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를 보완하도록 했다. 이렇게 성능이 향상된 라이보2는 마침내 이날 세계 첫 마라톤 완주 목표를 달성했다.
라이보2 개발에 참여한 이충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도심 환경에서 라이보2가 안정적으로 배달, 순찰 등의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보행 성능을 갖췄음을 확인했다”며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고, 산악이나 재난 환경에서도 높은 보행 성능을 보이는 로봇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