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게 실력으로만 평가한다"...정의선 스타일 보여준 현대차식 혁신 인사

입력
2024.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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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장 개척한 호세 무뇨스 사장 새 대표에
최대 실적 이끈 장재훈 사장 부회장 승진
'미국 전문가' 성 김 사장, 위기 대응 전면에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한 외국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혔다. 장재훈 현 대표이사는 2023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공을 높게 평가받아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평가를 공정하게 하고 검증된 능력과 성과만을 중요하게 보는 정의선 회장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에 치밀하게 대비하겠다는 정 회장의 전략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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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196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CEO가 이끌게 됐다. 무뇨스 새 대표이사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2019년 현대차에 미주권역담당 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현재 북미권역본부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무뇨스 대표는 북미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합류하기 전 미국 법인 매출은 2018년 15조2,928억 원에 3,301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뇨스 대표는 미국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활동을 통해 북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 냈다. 2023년 현대차는 북미에서만 매출 40조8,238억 원을 달성했고 순이익 2조7,782억 원도 올렸다. 북미는 지난해 현대차그룹 수출 물량의 절반(약 165만 대 판매)가량을 판매한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장 신임 부회장의 성과도 눈에 띈다. 그는 2020년 사장 취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전동화 전환 흐름 속에서도 현대차의 최대 실적을 이끌어 낸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장 사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연결 기준 최대 매출액(162조6,636억 원)과 영업이익(15조1,269억 원)을 찍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TOP) 3' 완성차 기업에 오를 수 있었던 기틀 마련도 장 사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장 신임 부회장의 승진으로 2021년 윤여철 부회장 퇴임으로 사라졌던 부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그는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맡아 그룹 내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고 수소 등 미래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트럼프 2기도 미리 준비...대응력 높여


이번 인사에서는 글로벌 환경 변화와 경제안보 위기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정 회장의 메시지도 보인다. 그는 동아시아·한반도 전문가 성 김 고문역에게 사장을 맡겨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책임지게 했다. 그는 미국 외교 관료 출신으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미 행정부의 핵심 요직을 거쳤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만큼 현대차의 대(對)미국 전략을 앞장서서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기아에서는 국내 생산 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인 최준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재무 성과를 거둔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도 사장에 올랐다. 특히 최 신임 사장은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 대표이사를 맡아 올해 구단이 7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V12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성과도 승진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 관련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백철승 사업 추진 담당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됐고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는 오준동 기아 전동화생기센터장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우수한 성과 창출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기조에 입각해 이뤄졌다"며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성과·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에 과감히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