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석달 만에 자폭형 공격무인기의 성능시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생산비용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 김 위원장은 “대량 생산에 착수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내렸다. 우크라이나전 등 현대 전쟁에서 자폭 무인기 공격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력 과시와 수출 목적 홍보, 내부 결속 등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다.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무인항공기기술연합체 산하 연구소와 기업소들에서 생산한 각종 자폭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장 지도했다. 통신은 이날 성능시험을 한 자폭 공격무인기들이 지상과 해상에서 각이한(각기 다른) 타격권 내에서 이용할 수 있게 제작됐으며 “적의 임의의 목표들을 정밀 공격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 개발된 무인기의 전술기술적 특성과 제원에 만족해하며 “하루빨리 계열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가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판도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 무인기들을 군사력의 주요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생산비용이 적고 생산공정이 단순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자폭 무인기의 성능 과시와 수출을 염두에 둔 공개 행보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론 공격의 효과성이 알려진 상황에서 다른 분쟁지역으로의 판매 확대를 위해 무기를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날 무인기가 1980년대 출시된 것으로 보이는 BMW 세단을 공격해 폭발시키는 모습도 공개했는데, 대남 요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이다.
보도된 사진에선 앞서 공개됐던 가오리형 날개와 십자형 날개가 달린 무인기 외에 길이가 더 짧아 보이는 원통형 무인기도 식별됐다. 지난 8월 공개 이후 새로운 형태의 무인기의 추가 양산이 가능해진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십자형 날개 드론은 표적 위에서 수직으로 급강하하는 능력에 특화된 것으로 러시아에서 제작해 우크라이나전에 활용한 자폭 드론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또한 지난번 성능시험 보도에서는 시험 기종을 ‘각종 무인기들’이라고만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각종 자폭공격형 무인기’로 구체적 명시했다. 성능시험 기관으로도 ‘무인항공기기술연합체 연구소’가 처음 언급됐는데, 이는 북한이 무인기 분야 특화 연구소와 기업을 독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폭공격형 무인기가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 양산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12월 하순에 주로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치적 쌓기를 위한 대내 행보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