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란 측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자의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등과의 외교 비선 통로라는 얘기도 있다. 트럼프의 무한 신뢰를 등에 업은 머스크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넘어 국정 핵심인 외교안보 문제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측근 사이에선 “머스크가 선을 넘었다” “공동 대통령처럼 행동한다” 등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정식 출범 전부터 권부 내 암투가 예고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머스크가 11일 뉴욕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대사를 만나 1시간 넘게 비공개 회동을 했다고 이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동은 머스크가 요청했다고 한다.
이라바니 대사는 회동에서 머스크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서 면제 조치를 받아 그의 사업 일부를 이란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자 측은 이번 회동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2기 취임 전부터 머스크를 고리로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대화에 시동을 건 셈이다.
2024 대선 승리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의 광폭 행보 뒷배경은 트럼프의 신임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할 때도 머스크에게 수화기를 넘겨주는 등 외교 문제에 있어서도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머스크는 주요국 정상들과도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2022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머스크가 미중 무역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연결하는 메신저가 머스크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측근 사이에선 머스크가 "자신의 견해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전방위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NBC방송은 13일 '머스크의 행동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 확산 중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모든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심지어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고 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아닌 자신의 계획을 차기 행정부에서 실현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트럼프와 가까운 한 인사는 "(머스크가) 세상만사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인사는 “머스크가 자신이 공동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고,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도록 하고 있다”고 N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