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기 행정부 첫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42) 연방 하원의원(공화) 인선 문제가 미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법무장관으로서 자질 여부는 둘째치고, 미성년자 성매수·불법 약물 사용 의혹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인 인사 지명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 조짐이 일고 있어서다. 잇따른 파격 인사에 대해 "(트럼프가 취임 전) 당에 충성도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14일(현지시간) 게이츠 지명 문제를 놓고 "트럼프 당선자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 사이 잠재적인 갈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7세 미성년자 성매수 등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아 온 강경파 극우 인사 게이츠를 놓고 공화당 의원들 내부에서도 낙마 관측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상원 인준을 장담하기 힘들다. 내각 인사는 상원에서 전체 의원 100명 중 과반 이상의 동의로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도 이겨 다수당(53석)이 됐지만, "당내에선 실제 표결할 경우 3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질 의향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휴회 임명'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통령은 상원이 휴회 중일 때에도 직무를 수행해야 할 공직자들을 임명할 수 있다'고 정한 미국 헌법 제2조 2항이 근거다. 상원이 내년 1월 3일 개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으로 게이츠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트럼프 본인이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직접 제시했다. "적기에 인사를 확정할 수 있도록 모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휴회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불가피한 경우를 규정한 예외 조항인 데다, 실제 발동할 경우 위헌 여부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1900년 이후로 휴회 기간 동안 장관이 임명된 사례는 3명뿐이다. 공화당 입장에선 트럼프의 의회 '패싱'에 마냥 동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가 실제 휴회 임명을 시도할 경우 우리는 여기서 멈출 것"(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이라는 공개 경고도 나왔다.
게이츠는 물론 국방장관에 지명된 뉴스 진행자 출신 피트 헤그세스,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백신 음모론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 트럼프의 파격 인사가 "공화당의 복종을 시험하는 것"(NYT)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요 요직을 자신의 '복심'으로 채우고 있는 트럼프가 의회를 상대로도 충성을 요구하는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게이츠에 대한 걱정보다 일단 (트럼프에게)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클 것이라는 게 트럼프의 믿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