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게시자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이트 홍보를 위해 협박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또 해당 사이트 운영자 B씨, 다른 관리자 2명 등 20대 남성 3명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9월 18일 자신이 관리하는 C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야탑역 월요일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글에는 국내 포털 사이트의 지도맵에서 캡처한 야탑역 인근지역을 담은 이미지도 첨부돼 있었다.
해당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역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범행일로 예고한 같은 달 23일에는 기동순찰대와 기동대, 자율방범대 등 180여 명의 인력이 일대 순찰에 동원하는 등 공권력을 대거 투입했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차리고 미국에 서버를 둔 C사이트를 운영했다. 직원은 A씨 포함, 7명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C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는 "익명으로 진행되는 안전 커뮤니티", IP 및 신상 걱정 없이 이용하는 사이트"라는 등의 소개글이 내걸렸었다. 현재는 접속이 끊겼다. 운영자 B씨 등은 수사 초기 “우리도 글쓴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협조하지 않았다.
어려움을 겪던 경찰 수사는 국제 공조로 탄력을 받았다. 운영자 계정으로 미국 서버에 로그인한 IP의 접속 위치를 전달받은 경찰은 지난달 29일 서울 사무실 소재를 파악해 B씨 등 3명을 검거하고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자료 조사 중 A씨의 신원을 특정, 이달 13일 오후 5시 50분쯤 A씨를 긴급체포했다. 사건 발생 59일 만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를 홍보해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와 운영자인 B씨가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거나 지시가 오갔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B씨를 상대로 해당 사이트 홍보를 위해 게시판에 올라온 음란 사이트 링크 등을 방치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