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는 더 이상 미국 뒷마당 아니다"... 중국, 페루에서 '메가 포트' 개항

입력
2024.11.15 14:43
중국, 남미 리튬·원유·인프라 건설의 큰손 부상
남미 수출 통로 될 페루 창카이항도 중국 손아귀
"트럼프 시대서 남미 영향력 격차 더 벌어질 것"

'미국의 뒷마당'으로 분류됐던 중남미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방심한 틈에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서 중남미를 떼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교역액 기준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 칠레, 파라과이 등 남미 주요 국가들이 중국의 최대 역외 무역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만 해도 미국이 중남미 전체에서 가장 큰 교역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 역전당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리튬, 베네수엘라 원유, 브라질 철광석 구매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콜롬비아·멕시코의 지하철과 에콰도르의 수력발전 댐 등 2,861억 달러(약 402조 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사업도 중국이 맡아 준공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특히 14일 페루에선 중국이 약 35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입한 창카이 '메가 포트'(초대형 항만)가 개항했다.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5, 16일)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준공식에 참석, "이 항구는 양국의 발전을 위한 기둥이자 남미 최초의 스마트 항만"이라며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창카이항은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등의 수출 경로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창카이항은 중국 국유 해운기업이 60%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중국이 실질적 운영을 맡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창카이항엔 중국산 무인 크레인이 부두에 줄을 섰고, 중국 전기차 생산 기업인 비야디(BYD)의 픽업 트럭이 운행 준비를 마쳤으며, 건설 작업 자동화를 담당할 화웨이가 지은 인터넷 타워가 세워졌다"고 전했다. 남미의 미래 수출 통로를 중국 기업들이 쥐게 됐다는 얘기다.

앞서 로라 리처드슨 미군 남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창카이항은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교역뿐 아니라 군사용으로 이 항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WSJ는 "중남미를 이제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미국은 자주 중남미 외교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시진핑 주석은 중남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는 이런 관심과 인정이 필요하다"고 중국 전문가인 알바로 멘데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가 진단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중남미 내 미중 간 영향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선임연구원은 WSJ에 "트럼프발(發) 관세 인상은 일부 중남미 국가를 잠재적으로 중국에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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