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점수는 90점" 1000점 만점인가

입력
2024.11.15 04:30
27면

<"지표 안 나쁘다" 자찬하지만… 내수 침체에 앞길 캄캄한 윤석열 경제팀>

<"지표 안 나쁘다" 평가하지만… 내수 침체에 앞길 캄캄한 윤석열 경제팀>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자료 '윤 정부, 반환점을 맞아 경제 성과 점검'을 다룬 한국일보 기사 제목이다. 전후 바뀐 대목이 눈에 띄게 나란히 배치했다. 출입처의 간곡한 요청을 취재기자가 동의하고 알려 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공복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넋두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최근 관가의 금기어가 '용산'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기사가) 다 맞는 얘기라 뼈아프다. 다른 부처는 브리핑도 했는데 우리는 안 하지 않았나, 우리는 절대 자찬하지 않고 엄중히 보고 있다. 일단 성과를 알리라고 하니까, 내수는 성과로 얘기할 수 없어서 그냥 드라이하게(건조하게) 쓴 거다. 제발 '자찬'만 제목에서 빼달라."

34쪽이나 되는 자료를 다시 들여다봤다. 어디에도 성찰이나 반성은 없다. 절박함도 없다. '애당초 성과만 나열하라는 지시가 있었구나.' 한국 경제의 누란인 '내수'는 단어조차 딱 한 번 등장한다. 그것도 '지원 방안 연내 추가 마련 검토'가 전부다. '성과는커녕 해결책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구나.' 그간 수없이 언론에 공개하고 발표한 정책 자료를 '복붙'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늬만 대국민 홍보지 실상은 용산 보고용이구나.'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 발언이 겹쳐 보였다.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8월 말 국정 브리핑("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보다 자신감이 다소 떨어지고 설명은 줄었지만 낙관은 여전했다. 다만 이번엔 갖은 여사 의혹에 관심이 확 쏠린 탓에 경제 성과(?)를 다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경제 부처가 한날에 실적 부풀리기로 장문의 헌사를 바친 걸로 모자랐던 걸까. 다음 날 여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90점 이상 점수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업적을 냈는데 이런 것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취업률, 실업률을 거론했다. 같은 날 부총리는 "위기 상황은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지표와 체감의 괴리가 크다는 전문가와 언론의 숱한 지적에 오불관언이다. '1,000점 만점에 90점이냐'는 세간의 비아냥이 허투루 나오는 게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 보란 듯 한국 경제는 전망과 통계, 시장을 통해 속속 위기를 고백한다. '자찬 아닌 평가' 하루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췄다. 내수 부진 탓에 도소매업 취업자는 8개월 연속, 건설업은 6개월째 줄고 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환율 영향에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도 장담할 수 없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에, 버티던 수출도 주춤하다. 구조개혁과 건전재정은 구호뿐이다.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은 더 큰 위기를 부른다. 한가하게 성과 타령할 시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나마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선언이 반갑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서민 정서와 동떨어진 말의 상찬을 듣고 있자니 성경 말씀이 떠오른다.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잠언 18장 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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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유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