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집 내는 이문세 "단 한 사람이 있어도 마이크 잡아야... 은퇴 공연 안 할 것"

입력
2024.11.13 18:00
23면
내년 17집 발매 앞두고 13일 신곡 공개

“아무리 발버둥쳐도 / 인생은 가는 거 / 누구나 가는 그 길 / 잘 놀다 가는 거지”

가수 이문세는 직접 작사∙작곡한 신곡 ‘마이 블루스’에서 42년 음악 인생을 노래한다. “박수 한 번은 받아봤으니까 / 내 인생 끝이라도 난 좋아”라며 조금씩 저물어 가는 삶을 받아들인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내년 발표 예정인 정규 17집 제작발표회를 열어 “16집까지 내면서 회자되는 음반이 몇 장 안 되고 점수를 낮게 받은 앨범도 있지만 계속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음악인이라는 범주 안에서 활동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제 노래에 귀 기울여 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음악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주어진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음악 만들다 보니 16집까지 내"

이문세는 지난해 12월 신곡 ‘웜 이즈 베터 댄 핫'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마이 블루스’와 발라드 ‘이별에도 사랑이’를 발표했다. 2018년 16집 ‘비트윈 어스’ 이후 7년 만에 발매될 새 앨범에 대해 그는 “예전엔 멋모르고 씩씩하게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젠 세심하고 면밀하게 곡의 완성도를 따져야 해서 새 음악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며 창작의 고통을 언급했다. “1집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언젠가 17집, 20집 내는 가수가 되고 말 테야’ 하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주어진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음악을 그때그때 만들다 보니 16집까지 냈고 17집도 그렇게 몇 곡 더 완성해야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8년 TV 프로그램 사회를 맡으며 방송 활동을 시작한 이문세는 1982년 비공식 1집을 내고 가수로 데뷔해 ‘난 아직 모르잖아요’ ‘휘파람’ ‘사랑이 지나가면’ ‘광화문연가’ ‘붉은 노을’ ‘옛사랑’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최근엔 2년에 한 번씩 콘셉트를 바꿔 여는 시즌제 브랜드 공연인 ‘씨어터 이문세’로 전국을 돌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안식년을 보낸 뒤 올 초부터는 ‘씨어터 이문세’ 시즌4를 진행 중이다. 그는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공연으로 저는 노래와 진행, 몸짓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하는 선배여야 하니 나름대로 ‘루틴’을 갖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전성기 시기의 감성을 유지하며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결로는 “다른 부업이나 사업을 하지 않고 음악만 하는 단순한 삶과 사고 덕분”이라며 "이완할 땐 시골에서 농작물도 키우고 친구들과 운동하며 평범하게 살지만 공연을 앞둘 땐 집중해서 기타를 잡고 노래 연습을 하는 식으로 삶을 단순화한다”고 설명했다.


"이문세와 라디오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함수 관계"

1980~1990년대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며 ‘별밤지기’로 오랜 사랑을 받았던 이문세는 지난 6월 12년 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했다. “이문세와 라디오는 떼어 놓을 수 없는 함수 관계”라고 정의한 그는 “라디오를 통해 성장했고, 라디오로 꽃을 피웠으며 라디오로 너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선 라디오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구나 싶어 라디오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매일 너무 행복하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더 투자를 하게 되니 매일이 버겁다”고도 했다.

최근 새 앨범을 낸 선배 가수 조용필에 대해선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는 후배를 위해 은퇴 공연은 안 했으면 좋겠고 저도 은퇴 공연은 하지 않겠다”면서 “아티스트에게 퇴장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휠체어를 타고라도, 객석에 단 한 사람이 있더라도 마이크를 잡아야 할 운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