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딸 친구 부정 채용 등 심각한 비위·전횡이 적발된 이기흥 체육회장에 대해 3선 도전을 승인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체육인을 위한 공공기관을 사적 기구로 전락시킨 충격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하루빨리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그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연임안을 의결, 이 회장은 내년 1월 진행되는 제42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게 됐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이 세 번째 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이 적발한 이 회장의 비위는 기가 막힌다. 딸 친구 선수촌 직원 채용, 이를 반대한 직원들 강등·좌천, 올림픽 마케팅 수익인 1,700만 원 상당의 물품 무단 지인 제공,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 파리올림픽 참관단 포함 등이다. 이 회장은 업무방해·횡령·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됐고, 문체부는 그의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스포츠공정위는 파리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점 등을 고려해 이 회장의 연임을 허용했다고 한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성과가 왜 비위 회장의 성과로 둔갑해야 하는가. 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측근들로 채워져 사실상 ‘셀프 연임’이 가능한 구조이다. 각 체육단체는 임원 연임 심사·규정관리·포상·징계 등을 담당하는 스포츠공정위를 두고 있는데, 체육회는 심지어 그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대한양궁협회의 경우, 홈페이지에서도 스포츠공정위원 명단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사태로 체육단체 스포츠공정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고 회장은 공공기관 임원에 해당한다. 문체부는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체육회의 행보를 볼 때,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