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골프 접대, 배달비 3900만 원 대납' 제일약품, 3억 과징금

입력
2024.11.13 14:00
'상품권깡' 수법 활용해 접대비 만들어
설명회 빙자해 호텔 비용 대납하기도
공정위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 철퇴

자사 의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사에게 부당 리베이트를 한 제일약품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제일약품은 법인카드를 ‘상품권깡’해 의사들에게 골프와 주류 등을 접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제일약품의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제일약품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의료인에게 자사에서 만든 36개 의약품 처방을 늘려달라며 2억5,000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제일약품 지역 영업총괄 본부장 2명은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사설 상품권 매입업체에 판매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으로 자금을 만들었다. 이들이 구매한 상품권은 약 5억6,300만 원에 달했는데, 이 돈 중 일부는 의사에게 골프나 식사와 주류를 접대하는 일에 사용됐다.

제품설명회를 빙자해 회식 비용이나 호텔 숙박 비용 등을 대납한 경우도 있었다. 제일약품은 제품설명회 90회, 학회 지원 16회, 강연 의뢰 4회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 호텔 숙박 비용과 회식 비용 3,000만 원을 대납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제일약품은 또 9차례에 걸쳐 의료인 9명에게 2,200만 원의 부당 연구비를 지원했다.

의사 심부름을 해 주기도 했다. 의사들이 진료실이나 자택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때 배달을 대신 주문하고, 의사들의 차량을 정비소에 맡기는 일이 대표적이다. 제일약품이 대신 배달해 준 음식값만 3,876만 원에 달했다.

제일약품이 불법 리베이트를 일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문의약품시장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전문의약품은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없고 의사에게 결정권이 주어져 의사 선호도에 따라 처방 약품이 결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의사는 제약사에서 받은 혜택의 규모, 횟수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 왜곡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며 "제일약품의 행위는 결국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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