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댐 공청회 임박... 반대 주민들 "기후대응은 구실, 예산 전액 삭감하라"

입력
2024.11.13 16:20
기후대응댐 14곳 후보지 중 10곳 우선 추진
댐 기본구상·타당성 조사로 총 93억 원 편성
"물 문제 다른 대안도 있어" 주민 반발 계속

정부가 올여름 발표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 중 우선 추진 지역 10곳에서 다음 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댐 건설 반대 주민들이 "구실뿐인 기후대응댐 예산을 국회는 전액 삭감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댐 신설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논쟁 중에 있음에도,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다.

후보지 14곳 중 감천댐(경북 김천시)·옥천댐(전남 순천시)·지천댐(충남 청양군) 반대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듯 신규 댐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이나 수자원 확보의 해답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신규 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환경부는 계획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회견은 이날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예산 심사를 앞두고 진행됐다. 댐 관련 예산으로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명목으로 93억 원 예산이 산출됐고, 올해 불용 예산인 63억 원에 더해 내년 예산으로 30억 원이 청구됐다.

앞서 7월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빈번해질 홍수·가뭄 대응과 국가산단 용수 공급 등을 위해서 '기후대응댐'으로 명명한 댐 14개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천댐, 수입천댐(강원 양구군), 단양천댐(충북 단양군), 동복천댐(전남 화순군) 건설 예정지에선 환경 파괴와 피해 우려로 주민 반발이 거셌다. 이에 환경부는 이들 4곳을 제외한 10곳만 포함시킨 유역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을 각 지자체에 지난달 23일 통보했고, 다음 주 공청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댐을 만들지 않아도 물 관리를 잘하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충남은 바다를 끼고 있어 해수 담수화 사업도 가능하다"며 "대안은 잘 들여다보지 않고 무조건 댐을 만들겠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지 않겠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시 토지이용·행위제한을 받게 돼 주민들의 반발 사유가 되고 있다. 지천댐은 우선 추진 10곳에서는 제외됐지만, 환경부는 빠진 4곳에 대해 '포기는 아니고 공감대 형성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지 확정 지역에서도 일부 반대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감천댐 확정지인 김천시 대덕면 주민 이상준 감천댐반대대책위 사무차장은 "(김천)시도 200년 빈도 비가 와도 안전하다고 발표하는데, 500년 빈도 댐이 또 필요하다는 것이냐"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2000년대 태풍 피해 이후 홍수 예방을 이유로 지류 정비 등에 들어간 돈이 1조 원이 넘고, 풍수해 예방에 시 예산 483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댐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차장은 "농촌이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도리어 수몰지역 주민들이 '이 기회에 정리하고 떠나자'라고 생각해 찬성하는 상황"이라며 댐 건설이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감천 수계가 정비가 다 됐으니 안전하다며 최근 하류 쪽에 파크 골프장, 도보 시설을 설치하는 상황인데 위험하니 댐을 또 짓자는 것은 모순 아니냐"라고도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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