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도부가 1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승리 이후 연일 확전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신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군 참모진과 첫 회의에서 "오늘날 이란은 어느 때보다 자국 핵 시설에 대한 공격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이스라엘 국가에 드리운 실존적 위협을 좌절시키고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고 밝혔다. 강경파로 꼽히는 카츠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등을 빚다 경질된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의 후임자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26일 이란의 본토 공격에 보복 차원에서 수도 테헤란 등을 공습했는데, 군사시설을 골라 때린 정밀 타격이었다. 당초 우려가 나왔던 핵시설이나 석유시설은 건드리지 않았다.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가 컸던 탓이다.
집권 1기 당시 이스라엘과 밀착했던 트럼프 당선자가 재집권을 확정지은 뒤부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내놓는 메시지는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내내 마찰을 빚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떠나고 트럼프 당선자가 돌아오는 만큼, 거칠 것 없다는 태도다.
'핵시설 타격' 주장이 단순히 위협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 탓이다. 그는 선거 운동 중이었던 지난달 8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에 대해 "이란은 187개의 미사일로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이스라엘)도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아예 바이든 행정부를 패싱하는 분위기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전날 플로리가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접견했다. 이 자리서 더머 장관은 가자지구 전쟁 등에 대한 구상과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를 트럼프 당선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 당선자와 중동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