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투수 고영표(KT)가 운명의 대만전에 선발 등판한다.
류중일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1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만과의 B조 조별리그 1차전(13일 오후 7시 30분) 선발 투수로 고영표를 예고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을 목표로 잡은 대표팀은 대만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대만전을 시작으로 쿠바(14일), 일본(15일), 도미니카공화국(16일), 호주(18일)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데, 최소 4승 1패는 거둬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4강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의 전력이 워낙 강해 대만을 넘지 못하면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또 그간 주요 국제대회에서 첫 판을 지고 조기 탈락을 경험한 아픈 기억도 종종 있어 1차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대만전 상대 전적은 26승 16패로 앞선다. 다만 최근 5차례 맞대결에서는 2승 3패로 오히려 열세다. 대만이 껄끄러운 상대인 걸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경험한 류 감독은 선발 투수를 미리 정하고도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꼭 숨겼다. 유일한 힌트는 고영표와 오른손 강속구 투수 곽빈(두산) 중 한 명이었는데, 결전을 하루 앞두고 공개했다.
고영표는 2021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태극마크를 달고 총 4경기를 뛰었다.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52(14.2이닝 9실점)를 기록했다. 직구와 똑같은 투구 자세,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주무기 체인지업은 대만 언론이 'B조 타자들에게 골칫거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에는 18경기에 나가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로 주춤했지만 '가을 야구'에서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호투를 펼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이닝 퍼펙트로 홀드를 챙겼고, 준플레이오프에선 세 차례 마운드에 올라 1홀드 평균자책점 3.12(8.2이닝 3실점)를 찍었다. 고영표는 이번 대표팀에 선발 투수가 4명이라 18일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에 한 차례 더 등판해야 한다.
대표팀의 최고 시나리오는 고영표가 5이닝 이상 버텨주는 것이다. 고영표 이후에는 정해영(KIA), 김택연(두산), 박영현(KT), 조병현(SSG), 유영찬(LG)까지 5개 구단 주전 마무리 투수들이 연이어 출격해 대만 타선을 봉쇄할 계획이다.
고영표는 "내가 잘해야 한다"며 "대표팀에 나오고 싶어도 못 하는 선수들도 있다.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에이스 역할의 부담감에 대해선 "크게 없다"며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