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선봉에 섰다. 지난 주말 민주당 장외 집회를 "판사 겁박 무력시위"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15일) 다음 날로 예정된 추가 집회가 대학입시 논술시험 날짜와 겹친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의 짜증을 유발한다"고 깎아내렸다. 동시에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당정 불협화음을 잠재우며 여권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12일 이례적으로 당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내건 구호는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 저지'다. 그는 "한 사람의 범죄가 단죄받는 걸 막기 위해 많은 사람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걸 정상화하기 위해 이런 에너지가 소비돼야 하나"라며 "이런 회의를 해야 될 정도의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소수 전문꾼들이 시민들의 안전과 주말의 평온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이 장외 집회를 예고한 16일 대입 논술시험이 치러진다고 지적하며 "상식적인 국민들이 얼마나 짜증 나실지 민주당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반면 대통령실을 향한 껄끄러운 메시지는 자제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이슈로 당정 갈등이 극심하던 지난달 23일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가 모든 국민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 대표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부각할 때"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한 대표와 보조를 맞추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데 화력을 쏟아부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친이재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이 대표 무죄판결 탄원 온라인 서명운동을 주도한 것에 대해 "유죄 판결에 대비한 사전 불복 작업"이라며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당대표 비리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세뇌시키며 무더기 서명운동으로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100만 명 이상이나 모았다는 탄원 서명은 유죄를 무죄로 바꿔 달라는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 압박"이라고 가세했다. 친한계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전날부터 이 대표 1심 선고 생중계를 촉구하며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검색량을 통해 여론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1심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이 대표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글트렌드에 '윤석열', '이재명' 키워드를 넣었을 때 '윤석열'에 대한 관심도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던 지난 7일 정오 100(이재명 17)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약 사흘간 '윤석열'이 '이재명'에 대한 관심도를 줄곧 앞서다, 전날을 기점으로 '이재명'이 앞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전 7시 기준 '이재명'에 대한 관심도는 45로 윤석열(14)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다만 이런 추세는 야권 지지층의 집단행동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관련 인기 검색어엔 '이재명 무죄' '이재명 탄원' '이재명 탄원서' 등이 상위에 있고 이어 '이재명 재판'이나 '이재명 선고'처럼 중립적인 단어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