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일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백일해 백신 첫 접종 시기인 생후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영아였다. 방역당국은 올해 백일해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만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임신부 등의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 백일해로 치료를 받던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증상 악화로 숨졌다"며 "2011년 백일해 사망자 수 집계를 실시한 이후 첫 사망자"라고 밝혔다. 해당 영아는 기침·가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백일해 1차 접종은 생후 2개월에 가능해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였다.
제2급 법정감염병인 백일해는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뜻의 병명처럼 심한 기침, 가래,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폐렴, 폐기종, 결핵 악화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국내 백일해 환자는 6월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올해 환자 수는 이달 2일까지 3만332명으로, 지난해 연간 환자 수(292명)의 100배를 넘었다. 특히 7~19세 환자가 2만6,591명(87%)에 이를 만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강하다. 그간 국내에선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2001년 이후 연간 감염자 수가 20명 내외를 유지했고, 간혹 지역 단위의 소규모 유행이 발생해도 환자 수는 200명대에 머물렀다.
백일해 유행은 세계적 현상이다. 프랑스에선 지난 9월 기준 13만4,639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해 35명(소아 22명·성인 13명)이 사망했다. 영국은 이달 8일 기준 1만3,952명이 감염되면서 영아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환자 수는 이달 2일 기준 2만2,73명으로 전년 동기(4,840명) 대비 4.6배 증가했다.
질병청은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영아·임신부 예방접종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접종시기인 2·4·6개월에 늦지 않게 접종하고 15~18개월, 4~6세, 11~12세에 이뤄지는 추가접종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영아가 생후 첫 접종 이전에도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부(27~36주)의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영유아 부모나 베이비시터, 의료종사자, 산후조리원 근무자 등 성인들도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우리나라에서 백일해 첫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고위험군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 전문가 합동으로 호흡기 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운영하고,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