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 원본 사진 달라고 하면 20만 원 추가? 불공정 약관 바꾼다

입력
2024.11.12 15:43
공정위, 결혼준비대행업체 불공정 약관 지적
깜깜이 별도 요금·과도한 위약금 조항도 손봐
"비용 부담 줄이고, 가격 정보 투명하게 공개"


“결혼식이 대부분 점심때잖아요. 오전 7시에 메이크업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얼리스타트’라고 비용을 추가로 받아요. 원본 사진도 같이 받고 싶다고 하니 비용 20(만 원) 추가, 드레스 최초 대여자라고 50(만 원) 추가. ‘인생에 단 한 번뿐’이니까 눈 꾹 감았지만 추가 비용이 몇백(만 원)은 든 것 같아요. ”
5월 결혼식을 올린 김민지(33)씨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결혼 대행업체의 불공정 약관에 칼을 빼들었다. 예비부부를 울리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갑질이 불공정 약관에서 비롯된다고 판단,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가 컸던 18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이용약관을 심사한 결과, 총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발견해 시정하도록 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신혼부부 52.3%가 ‘웨딩플래너’로 불리는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평균 이용 금액은 250만~300만 원이었다.

시정 대상 약관을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①사실상 필수 서비스를 별도 옵션으로 쪼개 추가 요금을 받는 경우다. 기본 서비스만 제공한 뒤 나머지는 20~30개가 넘는 옵션으로 나눠 돈을 더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사진 파일(원본·수정본)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낮 결혼식 추가 요금)는 기본 제공 서비스 약관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②추가 요금이나 위약금 세부 규정을 담지 않은 조항과 ③계약금으로 20%를 내게 한 뒤 계약 취소 시 일절 반환해 주지 않는 등의 과도한 위약금 조항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④결혼준비대행업체는 ‘중개’만 할 뿐 분쟁 발생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⑤파혼 시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양도하지 못하게 막는 조항도, 결혼준비대행서비스 계약서가 기명 채권의 일종이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양도양수가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⑥서비스 불만으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업체가 재판받을 법원을 일방적으로 정한 조항도 불합리하다고 지목했다.


이번 약관 시정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7월 발표한 범정부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적발된 18개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불공정 약관을 고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거쳐 검찰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시정 약관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내년 1분기 중 표준약관을 제정할 계획이다.

신용호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스드메’는 개별 업체들이 웨딩플래너를 끼고 패키지 형태로 거래하기 때문에 정확한 서비스와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계약’인 경우가 많았다”며 “약관을 고쳐 필수 서비스는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추가 요금이나 위약금 정보도 투명하게 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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