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하청노조 "무급 대기에 빗속 전신주 작업" 특별근로감독 요구

입력
2024.11.12 16:00
통신망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실태 공개
"비 오는 날 위험한 승주 작업했다" 43%
"다단계 하도급은 원청 탓... 문제 해결을"

SK브로드밴드 전송망을 유지·보수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하청업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며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됐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는 경기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망 유지보수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작업중지권과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장구를 지급받지 못하고 법으로 명시된 안전보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위험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본부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일터를 만들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용부가 나서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며 "SK브로드밴드 외주업체의 산업안전보건 실태를 점검하고 불법과 위법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이날 'SK전송망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 6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평균 근속기간은 9년이었지만 현재 소속 업체에서의 근속기간은 2년 수준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매번 새롭게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만년 신입사원' 신세라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대기 노동' 문제도 제기됐다. 설문 참여자의 40%는 통신망 고장 발생에 대비해 365일, 24시간 출동 대기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대기 수당을 받았다는 비중은 41%에 불과해 상당수가 '공짜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지적됐다. 10개 하청업체 가운데 6개사는 맨홀 작업 시 필수적인 호흡용 개인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고, 5개사는 추락 위험이 있어 2인 이상 작업이 필요한 고소차 작업을 1인 단독 작업으로 시킨 일이 있었다. 비 오는 날 승주(전신주 오르기) 작업을 수행했다는 응답도 43%에 달했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희망연대본부는 "외주업체들은 원청의 지침을 핑계로 90분, 120분 내 장애 문제 처리를 강요하고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만든 SK브로드밴드가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