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회동을 앞두고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을 향한 현지 언론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 한 해 대선 경쟁에서 원수지간처럼 싸웠던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정권 인수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오는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4일 오전 1시)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6월 미 대선 TV토론 때가 마지막이다.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백악관 방문에 동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최근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 관련 개인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6년 미셸 오바마 여사의 초대 때는 백악관을 찾아 티타임을 가졌다.
현직 미 대통령이 대선 이후 당선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약속하는 건 관례지만, 이번 회동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당시 맞붙었던 바이든 당선자를 백악관에 초청하지 않았고, 이듬해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당선자와 취임식 당일 티타임을 갖고 함께 취임식장으로 가는 전통도 다 깼다. 대신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각종 소송에 나섰다. 그러고는 취임식 당일 오전 일찍 자신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州)로 가버렸다. 바이든 취임식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만 참석했다.
생존한 이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소추에 가담했던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이후 152년 만이었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선거에서 경쟁했던 당선자와 만나는 것도 미 대통령사(史)에서 드문 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런 구도의 만남은 1992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당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당선자의 회동 이후 32년 만이다. AP는 이번 회동을 두고 "4년 전 백악관 회동조차 안 했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계속 싸웠던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2016년 11월 당선자 신분일 때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 회동을 가졌다. 회동은 예정된 15분을 훌쩍 넘긴 90분간 이어졌다. 회동 직후 트럼프는 오바마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등 평소답지 않게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듬해 취임 두 달 만인 3월 트럼프는 돌변, 오바마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하며 "나쁘고 역겨운 사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