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찾은 경기 안성시 양성면 BMW 부품물류센터(RDC·Regional Distribution Center)의 지게차에서는 이 같은 경고 안내 음성이 나오고 있었다. 지게차 앞을 카메라로 찍은 운전석 모니터 화면 한쪽 면도 충돌 위험을 경고하는 붉은색 선이 깜빡였다. 공장 바닥에는 붉은색 레이저로 지게차의 이동에 따른 위험 구역이 표시됐다.
이 같은 지게차의 움직임은 인공지능(AI) 부품 공급 체계와 연동돼있다고 한다. 이는 'SRD(Supply & Replenishment for Dealership) 프로그램'이라 불리는데 전국 BMW 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의 부품 수요량을 계절·시기별로 자동 분석해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빅데이터 및 수요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필요한 부품을 제때 적절한 양만큼 들여와 분류·보관하다가 국내 이용자에게 공급한다.
BMW그룹의 자동차 BMW, 미니(MINI) 부품이 독일에서 출발해 바닷길을 통해 국내로 오는 데는 약 90일이 걸린다. 상선들이 홍해와 호르무즈해협의 반군이나 해적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쪽으로 항로를 바꿔 이전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항공 화물을 이용하면 열흘이면 국내로 들어오지만 운임이 약 11배 비싸다. 때문에 적시에 적량의 부품을 공급받아 출고하고 재고를 줄이는 것은 BMW그룹 코리아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렇게 센터에 들여오는 BMW그룹 차량의 부품은 약 6만 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AI로 가동하는 빅데이터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수입·보관·관리하는 덕에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공급이 매우 빠르다고 한다. 전국 102개 BMW그룹 코리아 딜러사 지점에서 오전 발주하면 오후 5시 안에 당일 공급이 가능할 정도라고. 재고가용률(FPA)이 95.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안전성도 이 센터의 눈에 띄는 특징이다. 처음 봤을 땐 이케아, 코스트코 등 창고형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데 천장까지 높이 12.2m를 자랑하는 부품을 담은 철제 보관대(Rack)가 높이 차 있지만 널찍한 간격을 두고 있다. 그런데 천장뿐 아니라 보관대 곳곳을 둘러친 철제 관이 눈에 띈다. 온도에 민감한 조기 작동형(ESFR·Early Suppression Fast Response) 스프링클러인데 무려 1만2,625개가 설치돼 있다.
불이 났을 때만 소화수를 뿌리는 건식 방식이 아니라 상시로 관을 따라 흐르게 하는 습식이다. 센터는 전체 시설에 두 시간 동안 뿌릴 수 있는 900톤 규모의 소화수를 모아둔다. 비용이 더 들고 겨울엔 동파 위험마저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센터 구조물 벽체도 화염에 높은 강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불연성 미네랄 울(Mineral wool) 패널로 시공했다. 불이 났을 때 연기나 유독가스 발생을 줄이는 장치다. 또 센터는 내부 냉난방 시설을 통해 연중 온도 22~24도, 습도 50~70%를 유지한다. 곰팡이가 피는 등 부품이 손상되는 일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경기 안성시일까. BMW코리아는 1996년 인천시, 2006년 경기 이천시에 각각 물류센터를 세웠고 2017년 1,300억 원을 투입해 안성시로 부품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이곳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두 시간, 평택항에서 한 시간 거리인 교통의 요지다. 경부·중부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 및 45번 국도와도 가깝다.
이 센터에는 △주 창고 △위험물 창고(2개 동) △팔레트 보관소 △웰컴 하우스 △경비동 등 총 6개 건물에서 150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을 위해 부대시설과 공원, 산책로까지 갖췄다. 창고 천장에는 4억 원을 들여 대형 에어 서큘레이션 17대를 갖춰 온도 조절은 물론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것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전체 규모는 방대하다. 이 센터는 2017년 약 1,300억 원을 투자해 축구장 8개 면적에 달하는 21만1,500㎡ 부지에 5만7,000㎡ 규모로 건립했다. 그럼에도 2027년까지 650억 원을 들여 8만 8,000㎡로 증축할 예정이다. BMW 해외 법인 부품물류센터 중 가장 크고 국내 수입차의 센터 중 최대다.
BMW그룹 코리아 측은 "2016년부터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확장 계획을 짰다"며 "앞으로도 한국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 시장에 꾸준히 투자해 수입차 시장 1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