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기상 이변이 잇따르면서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조 달러(약 2,787조 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경제 컨설팅 업체 '옥세라 컨설팅'이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 결과 최근 10년간 이상 기후로 인한 경제 피해는 2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폭우·가뭄 등 극심한 기상 이변 4,000건으로 인한 피해를 집계한 것으로, △물리적 피해(주택과 건물, 도로 파괴 등) △인적 피해(인명 피해로 인한 생산성 손실 등) △간접적 피해(농업·공급망 마비, 공공 재정 지출 등) 등이 포함됐다.
10년간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미국(9,347억 달러·약 1,305조 원)이다. 2017·2022년 북미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이 컸다. △중국(2,677억 달러) △인도(1,122억 달러) △일본(908억 달러) △푸에르토리코(873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웰링턴 빅토리아대 재난 경제학자 일란 노이는 "자산 가치가 높지만 국가의 복구 역량도 뛰어난 선진국의 피해가 과대평가됐고, 주택·생계 붕괴가 치명적인 개발도상국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하루 전 발표됐다. 이번 COP29 회의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탈탄소화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존 덴튼 ICC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미래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현재도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모든 지출은 우리 모두가 혜택을 받는, 더 강하고 회복력 강한 세계 경제에 대한 투자"라며 선진국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점은 국제사회 기후 정책에 중대 변수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각국에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부과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직후 협약에 재가입했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재탈퇴를 벼르고 있다. 기후위기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데도 최대 피해국인 미국이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