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 대상에 가짜 응답자를 넣는 수법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가 알아서 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다. "여론조사는 모두 명씨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라는 강씨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명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기간 중 여론조사 대상에 가짜 응답자를 넣는 수법으로 최소 8개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강씨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씨는 "나는 의혹이 제기된 여론조사와는 무관하다"며 "강씨가 여론조사 의뢰를 받았는데 조사 할당량을 맞추지 못해서 엑셀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임의로 부족한 연령별·성별 비율만큼 응답자를 늘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런 조작을 했다면 매 조사 때마다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지시한 녹취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명씨는 여론조작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강씨와의 각종 통화 녹취록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라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든 2022년 대선이든 여론조사를 하면서 임의로 여론조사 응답자를 조정한 적은 있으나 외부 보고용이 아니라 판세 분석용으로 혼자 보고 말았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는 취지다. 명씨는 "20~30대는 응답을 잘 안 해서 조사가 안 되면 임의로 비율을 맞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특히 2022년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강씨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거듭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자체 조사를 맡겼는데 강씨가 빨리 결과물을 안 가져오니 독촉을 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언급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명씨를 대리하는 김소연 변호사는 10일 통화에서 "명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하라는 취지로 조언을 할 생각은 있었던 것 같으나,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가 유리하게 나와서 안 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자체 조사가 왜 대선 경선 캠프에 보고됐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이 유출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는 윤 대통령 주장과 상통한다.
이런 주장은 강씨의 진술과는 정면 배치된다. 강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대선 모두 명씨의 지시를 받아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도 이날 강씨 등을 만나 명씨의 여론조작 지시 정황을 청취했다. 진상조사단에서 여론조작 의혹을 파헤치는 이연희 의원은 "대선 경선과 대선 여론조사의 원데이터를 확보해서 분석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명씨가 2020년 3월 국회의원 출마예정자에게 여론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듯한 녹취록도 추가로 공개했다. 명씨의 여론조작 의혹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명씨의 항변이 기존 물증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주장대로 가짜 응답자 투입 의혹이 제기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녹취가 공개되지 않은 건 맞지만, 그중 하나인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명씨가 지시를 하는 듯한 녹취록도 있기 때문이다. 명씨는 해당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2~3% (홍준표 시장보다) 더 나오게 해야 한다"며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씨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응답이 나왔던 여론조사 표본을 수정 작업하는 것으로 조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