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르네상스가 온다"... 트럼프 업고 펄펄 나는 비트코인

입력
2024.11.11 16:43
비트코인 8만1000달러 첫 돌파
"곧 9만 달러" 대기자금만 4조 원
가상화폐 업계는 규제 완화 기대
"트럼프·의회가 숙원 풀어줄 것"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8만1,000달러(약 1억1,300만 원)를 넘기며 연일 초강세다. '가상화폐 대통령'을 자처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관련 시장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매수세에 힘이 실렸다. 업계에선 '가상화폐 황금기'가 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에 코인 '불기둥'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11일 오전 2시(현지시간·한국시간 11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8만1,100달러(약 1억1,300만 원)에 거래됐다. 전날 사상 첫 8만 달러를 넘긴 데 이은 강세다. 지난 5일 미 대선 당일만 해도 6만8,000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엿새 사이 20%가량 급등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0%나 뛰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약 일주일 사이 30% 급등했고, 미 대선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워 온 도지코인은 같은 기간 90% 넘게 폭등했다.

비트코인 대기 자금도 몰려들고 있다.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에 베팅하는 선물 거래에 28억 달러(약 4조 원)의 자금이 몰렸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전했다.

'트럼프 효과'가 가상화폐 가격에 날개를 달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최근 1, 2년 새 가상화폐 친화적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7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재선에 성공하면)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거나 "(관련 규제를 없애)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의 수도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큰소리도 쳤다. '가상화폐 규제론자' 겐슬러 위원장은 그동안 가상화폐 전반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 왔다.


의회 지형도 親가상화폐... 업계 '화색'

의회 지형마저 가상화폐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업계엔 화색이 돌고 있다. 가상화폐 산업을 옭아매던 각종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5일 대선과 함께 진행된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사업가 출신 공화당 후보 버니 모레노가 민주당 3선 현역이자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세러드 브라운 의원을 꺾고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다. 모레노 당선자는 친(親)가상화폐 성향을 보여온 반면, 브라운 의원은 가상화폐 기업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주장해 왔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각종 규제에 시달려 온 가상화폐 업계가 일찌감치 정치권에 공을 들여온 결과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 미 가상화폐 업체들이 대선을 앞두고 관련 정치자금 모금 단체(슈퍼팩)인 '페어셰이크'에 쏟아부은 돈만 1억7,000만 달러(약 2,400억 원)에 달한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10일 기준 이들 슈퍼팩이 지지한 친가상화폐 성향 후보 58명 가운데 50명이 당선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상화폐업계는 트럼프 당선자와 차기 의회가 '월가와는 다른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업계의 숙원을 실현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업계는 트럼프 집권하에서 '르네상스'(부흥)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