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불멸의 골퍼'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50세 이상만 뛸 수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의 역사를 또다시 썼다. 본인이 갖고 있었던 최고령 우승 기록을 67세 2개월 14일로, 최다승 기록도 47승으로 각각 늘렸다. 아울러 18년 연속 1승 이상씩 거둔 진기록도 세웠다.
랑거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챔피언스 플레이오프 최종전 찰스 슈와브 컵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3개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랑거는 스티브 알커(뉴질랜드)와 리처드 그린(호주)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2007년 PGA 챔피언스 투어 데뷔 때부터 18년 동안 매년 한 번 이상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 7월 시니어 US오픈 이후 1년 3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랑거는 올해 초 왼쪽 아킬레스건을 다쳐 3개월 넘게 쉬었다. 5월에 필드로 돌아온 뒤로는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9월 어센션채리티클래식에선 첫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에게 져 준우승했다.
무관 위기에 놓인 랑거는 시즌 최종전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17번 홀까지 랑거, 알커는 먼저 경기를 마친 그린과 17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그리고 18번 홀(파4)에서 랑거는 약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모자를 집어 던지고 주먹을 치켜들며 기뻐했다. 이후 알커는 파에 그쳐 승부가 갈렸다. 랑커가 최종전에서 우승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랑거는 이 대회에서 2라운드 64타, 3라운드 67타, 4라운드 66타로 사흘 연속 '에이지 슛'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21~23번째 에이지 슛이다. 에이지 슛은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낮은 타수를 적어내는 걸 의미한다.
랑거는 경기 후 "믿을 수 없다"며 "정말 감사하고, 축복받았다"고 기뻐했다. 2월 아킬레스건이 찢어져 3개월 공백이 있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잘한 적도 없었고, 우승할 가능성이 낮았다"며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좋은 퍼트 중 하나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알커는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으나 공동 2위에 자리해 찰스 슈와브컵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찰스 슈와브컵 랭킹 1위였던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공동 13위(7언더파 277타)에 그쳐 2위로 밀렸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각각 공동 23위(2언더파 283타), 32위(3오버파 287타)에 자리했다. 최경주의 찰스 슈와브컵 랭킹은 8위, 양용은은 6위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최경주는 메이저 대회인 시니어 오픈 우승, 양용은은 첫 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