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윤석열 정부 반환점을 맞아 그동안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도 물가 안정과 수출 회복 등 20대 경제 성과를 올렸다는 자료를 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넘고, 역대 최고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등 해외 평가가 높아졌다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투자 양해각서(MOU) 등 447건을 체결, 우리 기업의 운동장을 넓힌 점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경제엔 심리적 효과가 큰 만큼 정부가 긍정적 성과를 내세우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할 평가가 아전인수식 해석과 자화자찬에 방점이 찍히면 과오를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32개월 연속 역대 최고 고용률이 대표적인 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년 ‘쉬었음’ 인구가 대폭 증가하고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만 늘어난 결과다. 1인당 소득이 일본을 추월한 것도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착시란 지적이 적잖다.
더구나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성장률은 아예 쏙 뺐다. 지난해 경제성장률(1.4%)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도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3분기엔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0.1%에 그쳤다. 잠재성장률도 몸집이 훨씬 큰 미국에 2년째 밀렸다. 내수는 더 심각하다. 소매판매지수는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30년 만에 겪는 일이다. 소득에서 지출을 빼면 적자인 가구가 네 집 중 한 집꼴로, 3년 만에 최고치다. 가구 월평균 흑자액도 8분기 연속 감소세다.
현장에선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우려한다. 전 세계 증시가 불기둥인데 코스피만 뒷걸음치며 상승률이 사실상 꼴찌인 건 불길한 신호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국장을 떠나 미국으로 간 개인들의 투자액도 사상 처음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이런 보고서가 올라가니 윤석열 대통령도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위기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