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누르니 2금융권으로 번진 가계부채 '폭탄'...당국 "관리계획 내라"

입력
2024.11.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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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전 금융권 가계부채 6.6조 증가
한 달 만에 2금융권에서만 2.7조 늘어
풍선효과에 서민 '급전' 대출 증가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은행권에서 주춤한 사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 금융당국은 예정에 없던 점검회의를 열어 2금융권에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마련하도록 주문하고, 가계대출 취급 실태 점검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6조6,000억 원 증가해 전월(5조3,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조5,000억 원 증가해 전월(6조8,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 나란히 증가로 전환해 총 1조1,000억 원 늘었다.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9조2,000억 원에 달했던 은행권은 9월 5조6,000억 원에서 지난달 3조9,000억 원으로 감소세가 완연한 모습이다. 특히 9월 4조 원이나 늘었던 주담대는 지난달엔 1조5,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8월 한 달(5,000억 원 증가)을 제외하고는 감소했던 2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2조7,000억 원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중도금대출 등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대출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금융권 주담대는 9월 7,000억 원 증가에서 지난달 1조9,000억 원 증가로 급증했다. 특히 새마을금고에서만 한 달간 주담대를 중심으로 1조 원의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서민들이 '급전'으로 주로 쓰는 카드론과 보험계약대출에서 한 달 만에 8,000억 원이 급증하는 등 신용대출의 내용도 좋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9월 추석 상여금, 분기 말 상각 영향 등을 감안하더라도 전월 대비 10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1조 원 넘게 확대된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2금융권의 경우 업권별 증가 양상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권에서만 제출받아온 연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2금융권에서도 받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새마을금고와 농협 등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서민, 취약계층 급전 수요 관련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되 이들에게 과도한 자금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곽주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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