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1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민의힘의 반대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만큼 여권은 이전처럼 반대만 외치지 말고 수정안 논의에 호응해야 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는 김 여사와 관련한 총 13개 의혹과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및 수사 방해 행위가 수사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에 부여함으로써 여권에선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해 왔다. 민주당 수정안의 골자는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와 관련된 공천 및 선거개입 의혹으로 줄이고, 특검 추천과 관련해 제3자 추천방식을 포함하는 것이다. 여당이 반대할 명분을 없애 이탈표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특별히 더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대신 14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특별감찰관 임명에 의미를 부여했다. 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예방하는 기구다. 국민적 의구심이 커진 명씨와 관련한 김 여사 의혹 해소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여당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독소조항을 제거한 특검법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배경이다.
한 대표가 침묵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검법 수정안 논의가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달 중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에 따른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도 반영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4·10 총선에 앞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한 발언을 감안하면 이율배반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고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0%를 넘는다.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민심 수습이 어려워진 책임은 이제껏 김 여사 의혹을 수수방관한 여당에 있다. 김 여사 의혹이 더 이상 국정 블랙홀이 되지 않으려면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 민주당 수정안에 불합리한 내용이 있다면 자체 수정안을 제시해 접점을 찾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