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나타나 보험금 내놓으라는 부모"…이런 분쟁 '신탁'으로 막는다

입력
2024.11.11 12:00
사망보험금 관리를 금융사에 맡겨
수익자에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설정



2021년 거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50대 선원 김씨는 어선 침몰로 실종됐다. 김씨 앞으로는 사망보험금과 합의금 등 보상금 3억 원이 나왔다. 그러자 고인이 두 살 때 집을 나갔던 80대 친모가 54년 만에 나타나 김씨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원은 김씨의 사망보험금 중 일부인 1억 원을 친누나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친모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친모가 승소했다.

앞으로 보험금청구권도 금융사에 신탁할 수 있게 되면서 사망보험금을 둘러싼 이런 분쟁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사는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12일 시행되면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11일 밝혔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을 금융사에 맡기고, 수익자를 위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재산을 관리·처분하는 제도다.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금을 포함해 다양한 재산을 상속하는 데 신탁이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관한 규정이 없다.

개정안에선 3,000만 원 이상 일반사망 보장에 한정해 신탁할 수 있도록 정했다. 재해·질병 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금청구권이나 보험계약대출은 신탁할 수 없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인 계약이면 가능하며 수익자는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제한했다.

제도 도입에 따라 피보험자 사망 후 자녀가 미성년자이거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용해 수익자에게 안정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이혼한 전 배우자가 아이를 위해 남겨둔 보험금을 가로채지 않도록 신탁하거나, 사업에 실패한 자녀 대신 손자에게 보험금을 줄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으로 보험금을 포함한 상속재산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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