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맞선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다. 대통령실은 미국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과 위기요인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한편, 기회요인으로 꼽히는 조선업과 방위산업 분야는 협력 강화방안에 초점을 맞춰 철저히 준비해나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되는 정책기조가 있기 때문에 벌써 국제 시장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으니 시장을 점검하고 빈틈없이 대비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특히 우리 기업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만큼 항상 기업 사정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날 회의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관계부처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회의에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제시한 정책 비전과 공약을 중심으로 한국에 다가올 '위기'와 '기회' 요인을 폭넓게 검토했다. 먼저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공약인 '관세 인상'과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정책 변화(화석연료산업 확대 및 전기차에 부정적인 인식)가 잠재적 위기요인으로 꼽혔다.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분담금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다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구체적 정책 내용을 단언하긴 어렵다"며 "대외환경 변화가 우리 안보, 경제·안보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을 식별하고 대비하자는 데 문제의식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상호이익'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발전시켜나갈 기회요인도 언급됐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급한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성 정책실장은 "향후 조선업을 포함해 미국 수요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다양한 산업에서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기 요인을 기회로 바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표적 문제인 '관세 인상'에 대해 "(미국이)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지만, 조치 대상이나 범위 내용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 측면에서는 △방산 협력 확대 △양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 강화 등이 기회로 꼽혔다. 김 1차장은 "한미 안보·경제협력은 어느 일방의 이익을 충족하는 게 아니라 동맹 모두의 공동이익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 "양국의 호혜적 이익에 기초한 문제이고, 대한민국이 많은 부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음을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주변 조언에 따라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골프광'으로 통하는 만큼, 맞춤형 '골프 외교'를 준비하는 셈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트럼프 1기' 당시 골프로 트럼프 당선인과 친분을 쌓은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