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논의에 나선다. 그간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한동훈 대표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을 친윤석열계가 수용한 것이다. 사실상 내전으로 치닫던 친한·친윤계가 일단 '휴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야권이 밀어붙이는 김 여사 '특검'의 거센 공세를 여당의 '특감'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14일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수용 여부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하면 당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결 처리’ 등은 안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의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청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영부인, 친·인척 문제를 다루는 차관급 직위다. 대검찰청·감사원 등에서 20여 명을 파견 받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관리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실세’였던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조사해 수사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감찰관이 사퇴하면서 8년째 비어있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가 오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대표가 8일 “당은 즉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화답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그간 친윤계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한 대표의 추천 요구를 거부해왔던 것에 비하면 전향적인 변화다.
이 같은 여당의 변화는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우선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당대표의 권위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특히 국면 전환을 위한 포석이 깔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김 여사 특검법의 국회 통과(14일) 과정에서 여당의 이탈표를 막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15일) 결과에 따라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보수 결집' 태세를 갖추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앞장서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를 하자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이 대표의 장외집회에 대해 “이 정도 무력시위로 명백한 유죄를 무죄로 바꾸게 하는 판사 겁박 안 된다”고 규탄했다. 친한계 한 의원은 “용산이 일단 변화하겠다는 입장을 냈으니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압박을 자제하고) 변화와 실천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운영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보수층 결집을 호소했다”며 “윤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 쇄신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에 따라 지지율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특별히 여론 반전을 만들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지지율이 올라갈 요인은 부족해 보이고, 현재 수준에서 회복할지 더 떨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친한계에서 ‘당정 분리’ 목소리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건은 김 여사 문제 해법에 대한 국민 평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70~80% 정도 나오면 ‘만장일치’나 마찬가지로 본다”며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지난달 한국갤럽 기준) 63%였는데, 80%까지 올라가면 국민의힘도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