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코스피가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더딘 회복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중인 러시아나, 물가가 폭등한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검은 월요일 직전인 8월 2일 대비 7.8% 하락했다. G20 국가 주요 지수 중 러시아(-19.83%), 튀르키예(-14.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익률이 낮다. 그만큼 대형 악재 이후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2.91%), 영국(-2.55%), 멕시코(-1.09%), 인도네시아(-0.53%) 등도 아직 8월 2일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코스피보다는 하락 폭이 작았다.
이에 반해 미국(+10.08%), 캐나다(+8.96%), 독일(+6.26%), 일본(+3.6%), 이탈리아(+2.92%) 등 주요국 증시는 상승 전환해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8월 5일 12.4% 급락하며 코스피(-8.77%)보다 훨씬 크게 하락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10.23% 상승해 대부분을 만회했고 이후 대체로 상승 추세를 이어왔다. 코스피가 폭락 다음 날 3.3% 반등한 뒤 조금씩 회복하다 8월 말부터 다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8~10월 세 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약 15조4,896억 원을 팔아 치웠다. 그나마 개인이 12조 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 하단을 방어하기는 했지만, 세계 주식시장 대비 코스피의 상대 수익률 하락이 장기화함에 따라 투자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장기 부진 이유로 ①기술력 의구심 부상에 따른 초대형주 삼성전자의 부진 ②중국 제조업 내재화로 인한 수출 연계성 감소 ③글로벌 표준에 미달하는 주주가치 등 세 가지를 꼽으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투자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점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다만 결과와 상관없이 미 대선 종료 자체가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대 이벤트가 끝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미국 증시 강세, 한국 증시 약세, 달러 강세, 금리 상승 등)도 되돌림 될 것”이라며 “코스피의 본격적인 추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워도 연말까지 다른 나라 증시와 부분적인 키 맞추기는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