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6호'가 가져온 달 토양 샘플 공유를 위한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샘플을 제공받는 대신 중국에 자국 샘플을 넘겨줘야 할지를 두고 미국이 고민을 거듭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미중 간 협상 내용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양국 간 달 샘플 공유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무엇을 공유할지에 대한 응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5월 창어 6호를 발사, 50여 일 만에 달 뒷면 토양 표본 1.935㎏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달 뒷면' 토양 샘플 채취는 미국, 러시아 등 기존의 우주 탐사 강국들도 해내지 못한 일이어서, 미국 역시 중국이 가져온 샘플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빌 넬슨 미 나사 국장은 지난달 23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중이 달 샘플 분석에 공동 참여하는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진전은 없었다. SCMP는 "중국은 달 토양 샘플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샘플 요청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달 샘플을 공유하는 대신 미국도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으라는 중국 측 요구에 대해 미국이 긍정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미국 나사에 창어 6호 샘플 공유의 대가로 1971년과 1972년 각각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5·17호가 채취한 토양 샘플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미국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채취한 소행성 베누 토양 샘플도 요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소행성 베누는 생명체 탄생에 필요한 물과 같은 기본 요소를 지구로 전달한 매개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세계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달 뒷면 샘플과 베누 샘플의 등가 성립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울프 수정안'도 미중 간 공동 연구의 걸림돌이다. 2011년 제정된 울프 수정안은 나사 등 미 정부기관과 중국 간 협력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과학자들이 달 토양 샘플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울프 수정안'을 먼저 없애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