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냐, 이방카 자리를 꿰찬 장남이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이끌 내각 구성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수행할 '문고리 권력' 경쟁에 불이 붙었다.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로 통하는 이 자리는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부통령보다 더 센 막후 실세로 평가된다.
미국 언론은 7일(현지시간)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스(67)와 트럼프 당선자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47)에게 주목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와일스는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가져다준 ‘킹 메이커’로 꼽힌다. 또 트럼프 1기 때 백악관에서 활약한 장녀 이방카가 2선으로 물러난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새로운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 CNN방송은 이날 와일스가 비서실장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당선자에게 대통령 접견권 통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인사를 자신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문고리 권력을 자신으로 일원화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그는 선거 기간 트럼프 전용기에 탑승하는 이들의 명단을 통제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6일 승리 연설에서 “수지는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폭스방송 인터뷰에서 충성파로 채워질 2기 행정부 고위직 인선 조건으로 “아버지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꼽으며 인사권 행사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도 “차기 행정부 인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원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고위직 인선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거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권 인수 과정에 매우 깊게 관여할 것”이라며 “나는 누가 진짜 선수인지, 누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실제로 실현할 것인지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충성도를 자신이 감별하겠다는 선포였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기싸움도 예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와일스 비서실장 발탁과 관련해 “와일스는 트럼프 당선자의 국정 운영 방식을 잘 이해하고, 그의 가족과 친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비공식 참모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 접근권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백악관 비서실장들이 트럼프의 가족, 친구를 비롯한 비공식 참모의 면담을 막는 데 주력하다 경질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