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주 해상에서 27명이 탄 대형 어선이 전복된 뒤 침몰해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해군 구조함까지 동원해 수색 중이나 추가 구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100톤이 넘는 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해경도 "이례적 사고"라고 평가할 정도다. 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1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부산 선적 129톤급 대형선망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중 15명(한국인 6, 외국인 9)이 인근 선박에 구조됐다. 이 중 심정지 상태였던 한국인 A(57)씨와 B(54)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고, 13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 인도네시아인 2)은 실종 상태다.
금성호는 선단을 이뤄 고등어, 삼치, 정어리 등을 잡는 대형 선망 어선으로 전날(7일) 오전 11시 49분께 서귀포항에서 출항했다. 금성호가 선장이 타는 본선이고, 불을 밝혀 집어(集魚)를 맡는 등선(燈船) 2척, 그물에 걸린 고등어를 배에 실어 나르는 운반선 3척과 함께 총 6척의 팀을 이뤄 조업했다.
사고는 그물에 잡힌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기는 이적작업 도중에 발생했다. 본선인 ‘135금성호’가 바다에 펼쳐 놓은 그물에서 첫 번째 운반선이 어획물을 싣고 빠진 후 두 번째 운반선이 오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배가 뒤집혔다고 선원들은 해경에 진술했다. 이는 금성호가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은 두 번째 이적 작업을 위해 대기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작업 중에 그물이 얽히는 등 특별한 상황이나 외부요인이 없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해경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사고”며 “사고 당시 파도도 2m 이내로 잔잔한 편이었고,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요인에 의해 사고 선박의 복원력이 상실됐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지검도 이날 최용보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생존자들이 증언한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한 생존 선원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배가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갑판 위에 있던 선원 25명이 한꺼번에 시커먼 바다 속으로 빠졌고, 나머지 2명은 선박 내 조타실과 조리실에 있었다. 그는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갑판에 있던 선원 모두 바다에 빠졌다”며 “그때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선원을 한명씩 끌어올렸다”고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배에서 떨어져 있던 선원들은 파도에 밀려 자꾸 멀어졌다. 뒤집힌 배 위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해경은 24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수중수색작업과 해수면 수색을 동시 진행 중이다. 사고 선박은 수심 80~90m 지점에 가라앉아 있고, 선체에 대형 어망이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에서 “현재 사고해역 주변 수온은 22도로, 생존 가능 시간은 24시간 이상”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해경 3012함 등 함정 23척을 포함해 함선 43척과 항공기 13대가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다. 9일에는 심해 잠수가 가능한 해군 특수구조대와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수중수색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현장의 가용 자원 및 인력을 총동원하여 인명 수색과 구조에 만전을 다하고,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실종자 수색‧구조와 사고 수습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정부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