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소수자 지원단체에 들어오는 위기 상담 건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개 유세 중에도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당선자의 복귀 자체가 성소수자들에게 위협이라는 방증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승리가 확정되고 미 전역의 성소수자 지원 단체와 위기 상담 전화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성소수자 청소년 인권단체인 '레인보우 유스 프로젝트'엔 대선이 치러진 11월 첫 주에만 3,810건 이상의 위기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한 달 평균(3,765건)을 단 6일 만에 넘어선 기록이다.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예방을 위한 비영리단체 '트레버 프로젝트'도 선거일이었던 5일부터 하루간 전화, 채팅 등을 통한 상담 연락이 평시보다 1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담은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호소하는 것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위해를 입을까 걱정이 된다는 내용까지 다양했다.
이처럼 긴급 요청이 늘어난 데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대놓고 드러내고, 이를 캠페인 전략으로 활용한 트럼프 당선자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 운동에서 반(反)트랜스젠더 광고에만 최소 2억1,5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입했다. 마지막 유세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드래그퀸'(화려한 여성 복장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남성)과 대화하는 장면 위로 '미친 진보주의자 카멀라는 그들(성소수자)의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을 위한다'는 문구가 깔린 광고가 흘러나왔다.
이 혐오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성소수자들을 타자화해 지지자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WP는 공화당 선거 관리들을 인용해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교외 여성, 해리스를 너무 진보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승리 여파는 대선 직후 소수자들의 삶을 뒤흔들어 놨다. 가장 즉각적인 건 학교에서였다. 일부 학생들은 허락이 떨어진 것으로 간주하듯 또래 성소수자들을 대놓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한 17세 트랜스젠더는 WP에 "(트럼프) 승리 연설 몇 시간 후 등교 버스에 타자마자 또래 학생으로부터 '이제 좀 무섭냐'며 위협을 당했다"면서 "몇 달간 '트럼프가 이기면 (널) 죽이겠다'는 겁박을 당해왔는데 그 순간이 정말로 왔다"고 토로했다. 이 주에선 트럼프 당선자가 51.0% 득표율로 해리스 후보(47.7%)에게 약 18만 표 차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