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워싱턴이 현실 감각을 잃었다. 미국인들은 해외 전쟁(에의 개입)과 과도한 이민, 정치적 올바름에 지쳤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11·5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30년 가까이 백악관을 취재해 온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내린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운동 내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개입과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독설을 쏟아냈다.
NYT 백악관 출입기자인 피터 베이커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귀환은 전혀 다른 미국을 예고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는 더 이상 이단아가 아니라, 미국을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변혁적 세력이 됐다”며 이같이 짚었다. 베이커는 빌 클린턴 행정부(1993년 1월~2001년 1월)부터 조 바이든 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5명의 미국 대통령 일거수일투족과 정부 정책을 취재해 왔다.
베이커는 “포퓰리스트적 환멸과 엘리트에 대한 원망은 (민주·공화) 양당의 많은 사람이 인식했던 것보다 더 깊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썼다. 이어 “그 결과 미국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의 승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실패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커는 “트럼프는 부분적으로 바이든과 해리스에게 빚을 졌다”며 “트럼프의 당선은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불법 이민으로 어려움을 겪은 행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으로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으로 간통범은 받아들여도 여성은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의 현주소를 꼬집기도 했다. 베이커는 “스무 명 이상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간통범이 자신보다 공직 경험이 많은 여성을 두 번째로 무너뜨렸다”며 “트럼프의 승리는 백악관이 아직 여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고 일갈했다. 성추문 관련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 평결까지 받은 트럼프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해리스를 상대로도 대선 승리를 거둔 사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