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추신수 “야구에 진심…다음 생에도 야구하겠다”

입력
2024.11.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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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프로 생활 마치고 작별 인사
"일반인으로 변신한 전 야구 선수" 직접 소개
가장 기억 남는 순간 2022년 통합 우승
추강대엽 논쟁엔 "날 좀 빼 달라" 자세 낮춰

치열하게 그라운드에서 24년을 달린 ‘추추 트레인’이 퇴장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남긴 추신수(42)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주 전 어깨 수술을 받아 보호대를 착용한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일반인으로 변신한 전 야구 선수 추신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미국에 있을 때 밤잠을 설치면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한국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냈지만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고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떠나는 전설을 배웅하기 위해 SSG 동료 김광현과 최정은 꽃다발을 건네며 추신수의 앞길을 응원했다. 김광현은 “추신수 선배는 내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 너무 반겨줬다”며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은 “대선수와 함께 야구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 내가 은퇴할 때 꽃다발을 들고 와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추신수는 야구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가장 먼저 2022년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꼽았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위해 땀을 흘린다”며 “34년 동안 야구를 해오면서 목마르게 우승을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메이저리그에서 작성한 아시아 및 텍사스 구단 단일 시즌 최장 52경기 연속 출루(2018년), 아시아 최초 사이클링히트(2015년), 아시아 최초 20홈런-20도루(2009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텍사스 후보 선정(2020)을 꼽았다.

많은 걸 이룬 추신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냉정하게 평가하면 뭔가 특출 난 건 없었던 선수”라며 “그래도 야구에 진심이었고, 야구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는 선수라는 얘기를 들으면 다 보상 받는 느낌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눈을 감고 9세 때 야구를 시작해 마지막 타석에 설 때까지 기억을 되짚어 봤는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며 “내가 하고 싶은 야구, 좋아하는 일을 후회 없이 했다. 나에게 ‘고생했고 잘 살았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최고 타자를 가리는 ‘추강대엽’ 논쟁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이승엽 순이라는 의미다. 이에 추신수는 “진심으로 나는 좀 빼주면 안 되나”라며 “미국에서 뛰었다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승엽 선배님도, 이대호도 나처럼 기회를 받았으면 잘했을 것인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강정호는 미국에서 뛰었던 시간이 짧으니까 두 번째는 무리 같다. 이승엽 선배님과 이대호가 앞에 있는 게 맞다”고 답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계획 없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는 “항상 시즌을 마치면 다음 날 내년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데, 올해는 아침에 눈을 뜨는데 눈꺼풀이 가볍더라. 내일에 대한 계획이 없다 보니 잠을 잘 잤고, 스트레스가 없다”면서도 야구에 미련은 차마 버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이 오자 그는 “다음 생에도 야구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치열한 순위 싸움으로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추신수는 내년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가질 계획이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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