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대응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한 입장보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마련된 책상 위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통틀어 '사과'라는 단어를 총 11번 언급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통화에 대해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당선된 후 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 명씨와 연락을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설명이 자신의 의도와 달리 전파됐다는 취지다.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비공개 여론조사 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명씨한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조작할 이유도 없고 잘 안 나오더라도 조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사적 소통을 이어간 것에 대해선 "아내는 어쨌든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고 하면 그전 하고는 소통방식이나 달라야 한다고 얘기하니까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다. 몇 차례 정도 문자나 했다고 얘기는 한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하긴 그런데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고,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국정 관여 의혹에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좀 도와서 어쨌든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원만하게 잘하길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결정해서 또 국회가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그건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이라고 특검 자체에 대한 위헌 소지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수사권을 발동할 것이며 어떤 사건에 대해서 어떤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할 것이냐 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 삼권분립의 본질인 행정권의 고유한 부분"이라며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국민들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개인적 앙금의 문제냐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같이하면서 공통·공동의 과업을 가지고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면 강력한 접착제가 될 수 있다"며 "가장 유능한 정부, 가장 유능하고 발 빠른 당이 되기 위해서 일을 열심히 같이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갈등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22대 국회 개원식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 배경에 대해서는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 갔을 때 야당 의원들이) 돌아앉아 있고, 박수 그냥 두 번만 쳐주면 되는 건데 악수도 거부하고 야유도 하고 '대통령 그만두지 왜 왔어요?' 이런 사람부터... 참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이렇게 하면서 국회에 오라는 건 국민들 보는 앞에서 대통령 무릎 꿇고 망신 좀 당해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