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민구단으로 창단된 이래 11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1 승격에 성공한 안양의 유병훈 감독이 올 시즌을 돌아보며 "3연패했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면서도 "그때 '야쪽이'와 그를 달래는 동료 선수들이 있었다"는 뒷얘기를 전했다.
유 감독은 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안양은 올 시즌 승점 62점을 기록하며 조기에 K리그2 우승을 확정해 내년부터 1부 리그에서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시즌 초반부터 '연패'라는 걸 모르던 안양은 단 1번 크게 흔들렸는데, 바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진 32~34라운드다. 이때 서울E(0-1), 충남아산(0-1)에 이어 수원(0-1)에까지 잇따라 무득점으로 패했다.
유 감독은 "시즌 첫 연패를 3연패로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줬다"며 "1위를 오래 유지하다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부담, 두려움이 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술적으로는 동계훈련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온 '버티는 수비' '안정된 수비'를 버리고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며 상대를 압박한 게 (3연패 탈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사실 당시 3연패에는 그간 말하지 못했던 내부 사정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주축 선수 야고가 1부 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을 결심하더니 막무가내로 유 감독을 찾아와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까지 한 것. 유 감독은 "야고 별명이 '야쪽이'였다"며 "(야고를) 붙잡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설득시키는 과정이 한 달 내내 이어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까스로 야고를 붙잡긴 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야고의 이모에 이어 어머니까지 잇따라 세상을 떠나시면서 야고가 크게 흔들렸고, 야고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이때 야고의 마음을 붙잡은 건 동료 선수들이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야고를 살려주려 애를 많이 썼다"며 "동료가 어려운 모습을 보이니 선수들이 나서서 도와주려 했고, 그래서 찬스가 나올 때마다 야고에게로 다 몰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엔 '3경기 내내 골도 못 넣고 뭐하나'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며 "팀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어려운 과정을 잘 이겨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