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3주 연속 상승폭을 줄이며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자, 국내 주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노골화하면 국내 경기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데, 이는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첫째 주(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7% 상승했다. 3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3주 연속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0.06%)도 전주(0.08%)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7월 9,098건에서 9월 3,044건으로 크게 꺾였고, 10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2,604건에 그친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재건축 단지와 지역 내 선호단지 위주로 거래되는 등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출규제에 따른 매수 관망세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미 대선 결과 역시 주택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트럼프 노믹스 2.0' 분석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가 공약한 미국 수입 관세율 인상 정책이 시행돼 국가 간 관세 전쟁이 빚어질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최대 1.1%포인트 하락(최소 0.5%포인트)하고, 취업자수 감소 폭은 최대 31만3,000명(최소 12만 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역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7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뛰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져 증시에도 악재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경제를 생각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겠지만 고환율 등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 현재로선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계 소득도 늘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시장이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승준 하나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새 정부의 관세 정책이 발동되면 미국 내 수입물가가 뛰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고, 미국 역시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이 영향은 국내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내달부터 대표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를 수도권 아파트에 한해 축소할 방침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등을 공언한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적잖은 수혜를 볼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