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세계 주요 국가도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6일 오후(한국 시간) 트럼프의 당선 확정 소식이 전해지기에 앞서, '승리 유력' 보도가 나오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최대 패권 경쟁국인 중국부터 '트럼프 당선 유력' 소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지난 4일부터 경기 부양책 규모를 결정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진행 중이다. 통상 짝수 달 말쯤 개최하던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는 일정에 맞춘 것이다. "중국에 6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재정 적자 규모를 더욱 확대해 트럼프발(發) 경제 충격파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진 이날 오후, 중국의 대표적 증시 지표인 상하이종합지수와 CSI300지수는 각각 0.09%, 0.5% 하락했다. 트럼프 시대로 회귀한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즉각 나타난 셈이다. 상무위가 8일쯤 발표할 중국의 재정 지원 규모 역시 커질 전망이다.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트럼프 2기' 미국과의 관계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당선 시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상당 부분을 이미 장악한 러시아에 유리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헝가리 등 일부 친러시아 국가를 제외한 유럽 각국 지도자들로선,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재확인하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에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강력한 미국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X를 통해 “우리의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트럼프의 리더십은 핵심이 될 것”이라며 “나토를 통한 강력함으로 평화를 진전시키도록 그와 다시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6일 오전 9시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1엔(약 1,368원)대에 거래된 엔화는 '트럼프 당선 유력' 소식이 전해진 오후 3시 40분쯤 달러당 154엔(약 1,395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정 지출 확대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에 따라 엔화 약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며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 평화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동맹 경시' 경향이 뚜렷한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미일 동맹은 크게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지도부의 기대감이 실린 발언이다.
동남아시아도 '트럼프 우세'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며 향후 동남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주미국 필리핀 대사를 지내고 있는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는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트럼프는 '동맹 중요성'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필리핀을 향한 지원, 중국에 대한 행동은 더 강력하고 단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