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투를 벌였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진입한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서 최근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자 발언이 나온 상황에서, 이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특히 '북한군 상당수가 사망했다'는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젤렌스키 대통령 언급에 힘을 싣고 있다. 북한군의 전투 투입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래 제3국의 첫 참전이라는 점에서, 결국 본격적인 확전 모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북한 병사들과 첫 전투가 있었고, 이는 세계 불안정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이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같은 날 NYT도 미국·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충돌을 했으며, 북한군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교전 시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대치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약점 파악을 위해 제810 해군보병여단과 함께 북한군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실전을 치른 것인지, 전장에 배치만 된 상태인지에 대해선 미국·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6일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북한군 간에 전투가 시작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규모 인원이 정찰 등을 하는 과정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군 전투 투입이 사실이더라도 투입 병력 등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미 쿠르스크에 대규모의 북한군이 주둔해 있는 만큼, 추가 병력 투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4일 기준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 규모는 1만(미국 추정)~1만1,000명(우크라이나 추정)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전으로의 확대 여부에 전 세계의 촉각이 쏠린 상황에서 지난달 취임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을 순회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5일 이탈리아에서 "우리는 억제력과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안보 지원·훈련을 담당하는 새로운 사령부를 설립하고 있고, 앞으로 몇 달 안에 완전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독일 방문 시에는 북한군 파병을 거론하며 "유럽과 대서양, 인도·태평양 안보 수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